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면
난 시골 들판의 논둑길 밭둑길을 걷고 싶다.
내 발목을 간지럽히는 이슬 방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른 아침에 좁은 길을 걸을 때에도 난 유난히도
바짓가랭이 젖는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나무 막대기로 풀숲의 이슬을 털어가며 걸었지만
여리디 여린 시골 소년인 나는 그 곳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게
새하얀 피부에 걸핏하면 머리가 펄펄 끓으며 앓는 약골이었지만
그래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에도
물과함께 지내는걸 무척이나 좋아하였었다.
우리집 앞의 지름이 1해리나 된다는 큰 저수지에서 미역감고
바닥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들어가 수중 발레하듯 떠서
세수하고 나오는걸 즐겨하였고
우리집 마당안으로 흐르는 또랑물에서 하염없이 앉아 놀았었다.
담으로 그 물을 품었으니 언제라도 훌훌 벋고 씻을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는 먼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으니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문득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얼마전에 어머님과 누나가 살고 있는 정읍에 갔을 때
고향 들판을 그리며 찍은 이슬들 중 일부를 여기 내려놓고
어느날 다시 그리움이 밀려올 때 마져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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