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살포시 내리거나 짙은 안개가 자욱한 새벽이라면
살며시 문 열고 집을 나선다.
숲길을 조심조심 걷다가 가만가만 쪼그리고 앉아
조용히 귀를 기우려 본다.
이슬방울과 물방울들의 속삭임이 매우 분주하다.
풀잎들의 수 많은 호기심을 채워 주느라
세상을 돌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쏟아 내는 소리가 들린다.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고 옷깃 스치는 서슬에
행여 이야기 끝내지 못하고 굴러 내릴까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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