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산 따라 걷노라면
그 길들이 어쩌면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살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 어린 시절엔 연약하고 튼튼하지 못하듯이
산에 오를 때도 초입부터 무리를 하면 즐거운 산행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 오르다 보면 좀 급한 오르막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으로 산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게 걷노라면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한 숨 돌리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있을 수도 있고
조금은 평탄한 길을 마음의 생각을 다듬으며 걷기도 한다.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배우며 오르다 보면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내리막길을 만나 다리를 쉬기도 하고
다시 오르막 길이 펼쳐지지만 앞에 보이는 쉴 곳에 도달하려는 즐거움으로
땀방울 훔치며 힘차게 다시 오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비교적 평탄한 현충원 담길을 만나 마음이 안정되고
몸도 추스릴 수 있으면 오르기에 즐거운 산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언제나 막바지의 험한 고빗길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 막기 일수이다.
이 어려움을 견디어 내고 땀을 흘리면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아주 험준한 산이 아니라면 비교적 여유롭다.
간혹 경사가 급하여 내딛는 발걸음이 망설여 지기도 하지만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 한다면 무사히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곧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버리는 성미 급한 사람들도 있답니다.
살면서 앞길을 열심히 달려 남들이 우러러 보면
생을 마친 후에도 후손들이 다리 아프게 오르는 길 위로 올라야 볼 수 있고...
이 돌담 길은 원만하면 한 번쯤 님의 손 잡고 걸어봤을 덕수궁 길이고
서울에 올라온 촌스런 총각도 다정한 님과 많이도 걸었었다.
오랫만에 걸어 보는 감회에 젖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저 앞쪽에 서 있던 전경 두명이 서둘러 뛰어온다.
스쳐 지나가던 사람은 큰 일 났다는 투로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돼요."
달려 온 전경에게 화면 보여주니 이 정도는 괜찮겠다 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왜 이래야만 하는 것일까?
덕수궁 반대쪽이 미 대사관저라나 뭐라나
내가 그걸 모를리 없지만 죄 많은 저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 하나?
난 계속 덕수궁 쪽을 찍으며 괘씸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우리 나라엔 아직도 이렇게 고풍스런 돌담길이 있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우리가 답사를 다녀온 후 매스컴에 오르기도 하였다.
내가 아침마다 오르내리는 국립현충원 뒷산인 서달산(瑞達山)에
며칠전 이런 이정표가 세워져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였다.
서울 시민이 추천한 "걷기 좋은 코스"
나의 삶도 이렇게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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