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나

황금햇살 2006. 5. 14. 18:40

길 따라 산 따라 걷노라면

그 길들이 어쩌면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살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 어린 시절엔 연약하고 튼튼하지 못하듯이

산에 오를 때도 초입부터 무리를 하면 즐거운 산행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 오르다 보면 좀 급한 오르막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으로 산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게 걷노라면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한 숨 돌리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있을 수도 있고

조금은 평탄한 길을 마음의 생각을 다듬으며 걷기도 한다.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배우며 오르다 보면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내리막길을 만나 다리를 쉬기도 하고

다시 오르막 길이 펼쳐지지만  앞에 보이는 쉴 곳에 도달하려는 즐거움으로

땀방울 훔치며 힘차게 다시 오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비교적 평탄한 현충원 담길을 만나 마음이 안정되고

몸도 추스릴 수 있으면 오르기에 즐거운 산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언제나 막바지의 험한 고빗길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 막기 일수이다.

이 어려움을 견디어 내고 땀을 흘리면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아주 험준한 산이 아니라면 비교적 여유롭다.

간혹 경사가 급하여 내딛는 발걸음이 망설여 지기도 하지만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 한다면 무사히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곧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버리는 성미 급한 사람들도 있답니다.

 

 

살면서 앞길을 열심히 달려 남들이 우러러 보면

생을 마친 후에도 후손들이 다리 아프게 오르는 길 위로 올라야 볼 수 있고... 

 

 

이 돌담 길은 원만하면 한 번쯤 님의 손 잡고 걸어봤을 덕수궁 길이고

서울에 올라온 촌스런 총각도 다정한 님과 많이도 걸었었다.

오랫만에 걸어 보는 감회에 젖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저 앞쪽에 서 있던 전경 두명이 서둘러 뛰어온다.

스쳐 지나가던 사람은 큰 일 났다는 투로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돼요."

달려 온 전경에게 화면 보여주니 이 정도는 괜찮겠다 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왜 이래야만 하는 것일까?

 

덕수궁 반대쪽이 미 대사관저라나 뭐라나

내가 그걸 모를리 없지만 죄 많은 저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 하나?

난 계속 덕수궁 쪽을 찍으며 괘씸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우리 나라엔 아직도 이렇게 고풍스런 돌담길이 있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우리가 답사를 다녀온 후 매스컴에 오르기도 하였다.

 

 

내가 아침마다 오르내리는 국립현충원 뒷산인 서달산(瑞達山)에

 며칠전 이런 이정표가 세워져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였다.

서울 시민이 추천한 "걷기 좋은 코스"

나의 삶도 이렇게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