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는 꽃들은 활짝 웃고 있건만........
"꽃이 아름다워요.
이 기은이 꽃을 바라보며 웃어요.
꽃이 예뻐요. 그리고 산도 있습니다. 좋지요?
해가 반짝 떴습니다. 햇님이 아름다워요.
콤퓨터가 눈에 나빠요.
무슨 색깔로 할까?
무슨 색깔로 칠하지?
치마가 아름다워요. 할머니 치마가."
(以上은 외손녀 기은이가 쓰라는 대로 쓴것.)
어느 새 봄은 성큼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아니, 봄이 온지 언제인데 인제서야 새삼스럽게 봄이 왔다고 하는 것인지....
부엌 창 아래의 명자 나무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꽃망울에 깜짝 놀라
반가움 가득하더니 이젠 곧 톡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다.
눈을 들어 옆의 라일락을 보니 연못이 무척이나 좋아 하겠다.
작은 꽃망울들 고운 보라빛 자태가 엿보인다.
" 이제는 라일락 타임이예요."
늙은 할망구임도 잊은 채 또 소녀로 돌아가 버리겠지.....
아침 현충원 가는 길 동네 어느 댁 담장 안의 목련......
`목련 봉오리가 제법 통통해 졌는데...'란 생각을 했는데 꽃봉오리들
어느 새 고운 자태로 활짝 웃고 있다.
꽃봉오리들 위로 엉기성기 정돈 되지 않은 전깃줄이 보기 민망하다.
싱가폴 여행을 하고 온 연못이 한마디 한다.
"싱가폴은 모든 전선을 땅속으로 묻어서 지상의 모습은 깨끗한데....."
`우리 서울의 3분의 2밖에 안되는 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
`우리 나라의 모든 전선을 땅 속으로 묻어.....?'
예쁜 꽃을 깨끗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이것 저것
머리가 아파진다.그냥 있는 그대로 즐길일이다.
양지 바른 골목길 목련은 만개하여 활짝 웃고 있는데
현충원 안의 목련은 아직 입 꼭 다문 봉오리다.
곧 활짝 피겠지만.....
*** 꽃다지 : 두해살이 들풀이 주걷 모양의 뿌리잎을 방석처럼 퍼지게 하고
줄기잎은 좁은 달걀형으로 짧은 털이빽빽이 나 있다.
줄기 윗부분에 십자 모양의 노란색 꽃이 촘촘히 모여 피고 있다.
봄은 성큼 다가와 있건만
아침에 내다 본 밖의 풍경은 마치 붉으스름한
안개가 내려 깔린 듯, 황사가 온통 뒤덮고 있었다.
주차된 차들의 지붕을 보니 마치 콩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다.
떠 온 약수가 밀리는 것 같아 한 이틀 물을 안 길어 왔더니
우리 집 물도 다 떨어져 가고 고운 꽃 반길 시기에 황사라니.....
고운 봄 꽃들 위에 덮일까 걱정스럽다.
바람결에 잘 털어낼려나?
봄을 맞은 꽃들은 활짝 웃건만
내리는 나쁜 모래(기은이 표현을 빌리자면)하며
어수선한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나 내 삶의 주변 모양새는
내 마음의 윤기를 잃어가게 한다.
얼마동안 현충원에 가지 못할 것 같다.
나 못 간 사이 현충원 벚꽃들이 모두 피었다가 지면 어떡하나.....
매화 축제 다녀오자 마음 먹었건만 그 새 다 지고 말았는데
벚꽃까지 놓칠 수야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