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약수터와 삶

황금햇살 2007. 2. 20. 12:13

내가 약수터를 서달산에서

국립 서울현충원으로 옮기면서 부터

길게 늘어서는 물통들의 행렬에 따라

파생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번져간다.

 

두개의 수도꼭지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약수 사이로

 

1.5L 패트병 5개씩만 가져오세요. 

한 사람이 하나의 꼭지만 이용하세요.

 

이런 주의 사항이 보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철면피한 쭈그렁이들이 수두룩하다.

 

 

 허리가 많이 구부러진 노파가

 2리터 들이의 패트병에 물을 받고 있다.

한참을 받아도 끝날줄을 모른다.

 

지루해진 뒤에 분들이

 

 기운도 없으신 분이

왠 물을 10병씩이나 받아가세요.

그러다 허리 다치시면 어쩌려고........

 

우리 집에 물 먹는 식구가

열다섯 명이라오. 같은 건물에 모여 살으니...

그렇게 물을 많이씩 떠가니 허리가 굽지요.

그런소리 마슈 물 많이 떠간다고 허리가 굽소?

 

노파는 힘겹게 물통을 실은 카트를 끌고

꼬불길을 내려간다.

 

열다섯 식구는 마시기만 하고

늙은 할머니는 물을 떠 나르고 쯧쯧

저러다 병이라도 나거나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우리가 마실 물은 누가 떠오지.......

 

모두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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